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냈을 때, 제 마음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설레면서도 불안했고,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웠습니다.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는 잘 지낼까? 혹시나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불안은 매일 아침 아이를 등교시키며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학교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게 챙기는 것부터, 학습 내용을 복습시키는 일까지, 저는 무언가 부모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아이의 진짜 마음을 보고 있는 걸까? 내가 아이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는 그 과정에서 얼마나 스스로를 존중받고 있다고 느꼈을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은 간절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아이에게 부담만 안겨줄 수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초등 시기는 단순히 학습 능력만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자아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어떤 태도로 함께하느냐가 아이의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의 중심을 아이가 아닌, 부모인 나에게서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를 바꾸기보다, 나부터 변화하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워가고 있는 제 생각을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부모의 가치관이 아이의 기준이 된다
“공부”보다 “자존감”이 먼저입니다
처음에는 사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고, 아이가 무언가 뒤처지는 것 같으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선행 학습을 고민했고, 주변의 조언도 귀담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수업 중 발표를 꺼려하고, 작은 실수에도 눈물이 나는 모습을 보며,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공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큰 아이였던 겁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것보다, 실패했을 때도 자신을 탓하지 않는 마음,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자존감은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여는 열쇠입니다. 부모가 먼저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을 때, 아이는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고, 그 안에서 성장의 힘을 얻게 됩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해집니다
입으로는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라고 말하지만, 부모의 눈빛과 몸짓은 종종 그 말을 부정합니다. 아이는 말보다 태도에 더 민감합니다. 제 경우, 아이가 숙제를 늦게 끝낼 때마다 조급해하던 저의 반응은 결국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는 "엄마는 괜찮다고 하면서 왜 화가 나 있어?"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를 편안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내 마음의 불안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요.
아이는 ‘말’보다 ‘모습’을 배웁니다
부모의 일상이 아이의 교과서입니다
어느 날 아이가 툭 던진 말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맨날 핸드폰만 보면서 왜 나는 책 읽으라고 해?” 그 말이 제게 던지는 울림은 매우 컸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기보다, 제가 먼저 책을 펴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단 10분이라도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고, 무언가를 스스로 탐구하고 표현하려는 태도가 생겼습니다. 교육은 때때로 말보다 '보여주는 것'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이며 사는지가 곧 아이의 삶의 방식으로 전해진다는 걸, 일상에서 몸소 실감하고 있습니다.
‘잘했어’보다 ‘시도한 네가 멋져’라는 말
아이들은 칭찬에 매우 민감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결과 중심의 칭찬은 자칫 ‘결과에 집착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렸을 때, 예전에는 “우와, 정말 잘 그렸네!”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하려고 했구나, 정말 멋진 생각이야”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이런 피드백을 받은 아이는 성취가 아닌 ‘과정’을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자기 표현을 즐기고, 스스로의 아이디어에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죠. 교육이란 결국 아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진심인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시간’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부모와 아이가 진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물리적인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부모가 얼마나 진심으로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는가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의 대화 시간 동안 핸드폰을 멀리하고,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큰 안정감을 줍니다.
아이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물을 때, 형식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기다려주는 태도. 아이는 그것을 통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부모도 실수합니다, 그리고 그것도 배움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 화를 내고, 때론 후회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아이와 함께 정직하게 나누었을 때, 아이는 오히려 더 성숙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마도 실수해. 오늘은 미안해”라고 말했을 때, 아이는 “다음엔 우리 같이 노력해보자”고 말해줬습니다.
완벽하려 애쓰는 부모보다, 실수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부모가 아이에게 더 큰 가치를 전달합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태도, 그것이 아이에게 전해졌을 때 교육은 비로소 완성되어갑니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변화해 보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교육은 아이를 변화시키는 일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성찰하고 성장하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아이를 위한 조언과 지도가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가 가장 바라는 건 ‘지켜봐 주는 어른, 진심으로 믿어주는 어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초등 시기는 짧지만, 그 여운은 평생을 갑니다. 그 시기를 함께하는 부모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아이의 기억 속에 깊게 남게 됩니다. 제가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진심은 아이에게 닿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이를 잘 키우기’보다는 ‘아이 옆에서 함께 자라기’를 선택할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먼저 삶을 배우고, 관계를 배우고, 마음을 배워갈 때,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사람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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